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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좋은쪽으로 '케세라세라'

 





 

기껏 펼쳐놓은 책을 덮었다.

만화책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탓인지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주인공의 치열한 삶도 맘에 안든다.

 


"나는 니가 좀 더 치열해졌으면 좋겠어."

한창 음악얘기를 하고 있을때
묵묵히 듣던 그가,
그런 얘기를 한 것도 같고 안 한것도 같지만...

아직도 그 기억이 어렴풋하게 살아있는 것은
안경 너머의 큰 눈에 숨겨져있던 연민때문이었다 .


난 죄를 지은듯 한 기분에
얼굴이 빨개져 아무 얘기나 했던 것 같다.

'왜 치열해져야 하는데?'
혼자서 담아 두었던 이야기.

지금 그를 보면 얘기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땐 차마 입 천장에 딱 붙어있던 그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바쁜 삶을 사는 그는 강자였고,
나는 약자였으니까.

 

몇 년전 그의 소식을 들었다.

중국어를 공부하다 지금은 큰 식료품 회사 연구원으로 들어가 있다고 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김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치열함과 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책장 속에는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빼곡히 쌓여있다.

사들이기만 하고 아직 손대지 못한 책들위에 뽀얀 먼지가 쌓여있다.

그 책들 속엔 내가 나를 향해 던지는 책망이 담겨 있을 것이다.
'좀 더 나은 삶'이 무언지 알려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삶이 무엇이라도,
지금의 나는 치열함이 버겁다.

그들의 눈동자속에 담겨져 있는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두렵다.


내가 '치열한 어른'을 꿈꾸게 될까봐 무섭다.

 


'치열하게' 살기보단
그냥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

호랑이 꿈이 아니라,
소박한 꿈들을 이뤄 나가고 싶다.






 




 

지금, 내 삶의 속도는 '게을게을'
그러나 모두와 같게 흘러가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좋은 쪽으로 '케세라세라'

 








 밀려있던 책들은,
천천히 하나씩 손에 들어야겠다. 

 



-kaira 7192000


P.S


참... 그 '김'을 좋아하지만,
비싸서 다른 김을 사 먹는다.


P.S 2
'그대의 푸른 눈동자'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곡은
영화 화양연화에서 가장 빛난 것 같다.

조만간, 화양연화에 관한 영상을 하나 올려야지. (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