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각사각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좋아요-10-


 

1) 여동생을 데리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딴에는 추천한 곳도 많았고
처음 가 본 곳도 많았다.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잠깐 잊고 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가던길만 가고 보던것만 보고
먹던 것만 먹다보니.

'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것'은 단어로만 존재한다.



반성하자.






 

1-1)동생과 함께 바우터하멜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동생은 바우터 하멜이 누구냐며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뮤직비디오 영상 두개를 보여주었더니 동행을 약속했다.
훈남의 힘이란!)


공연 막바지에 그와 손 한 번 잡아보려
무대 앞으로 몰려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맥아리를 못추리고 나왔는데

오늘, 회사에 출근하자 
콘서트에서 다른 자리에 앉아있던 분이 
내가 무대 앞으로 제일 먼저 튀어 나갔다고 얘기 해 줬다.


억울해요!
난 그저 동생을 따라 나간 것 뿐이라구요.
(라고 변명하고 싶을뿐.)




(여동생이 찍은 네덜란드 훈남 바우터 하멜. 금발이 눈부셔 포커스도 흔들린다.)







2) 익숙한 누군가와
살을 맞대고 잠든 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누군가의 체온위에 내 체온이 포개어져
같은 공기를 마시고 뱉고.

동생의 말랑한 팔을 잡고


뜨거운 온기를 느끼며 잠이 들었다.

난 여전히 누워서도 쉽게 잠들지 못했지만
깊은 꿈을 꿀 수 있었다.











3)오늘 생후 3개월이 되었다는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근 3년, 아니 그보다 오래된 것 같다.
어린 숨소리를 들은것이 얼마만일까.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해 보일
그 아이를
내 손으로 쓱쓱 만져보았다.

다칠까 조심스럽게 잡고,
가슴 언저리에 손을 대었더니
아주 빠르게 심장이 뛰고 있었다.

내 심장이 그보다 좀 더 늦게
두근두근 뛰었다.

 











4)키우는 고양이 요루의 발정이
2주일에 한번씩 오고 있다.

고양이는 발정이 오면 아기 울음소리같은 소리를 내며
고통스럽게 하루 종일 운다.

4년 넘는 시간동안
'내가 못할짓이다' 싶어 미뤘더니
아가도 나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며칠 전 발정이 심한 아이의 머리를 만져주며
"고생이 심하다, 우리 요루 수술할래?" 했더니
아웅아웅, 하며 눈을 게슴츠레 뜬다.




그 눈을 보며 혼자 승락의 뜻이라 받아들였다.


홍대 부근의 중성화 수술 잘하는
괜찮고 싼 동물병원을 알아봐야겠다.
게으른 내가 알아보는 것도 일이 되겠구나.


요루야.
정말 미안.

사실 난 아직도 엄두가 안난다.












5)동생 앞에서
기타를 쳤다.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6)동생과 함께
집 청소를 했다.



 


잡다구니한 물건 좀 내다 버리라는 얘기를 들었다.

 















7)무심코 틀어놓은 음악채널에서 나온 뮤직비디오에
익숙한 글귀가 아주 잠깐 스쳐지나갔다.

그 5초동안 부끄럽고, 행복해졌다.

아,
실체가 없는 땅은 그만파고


더 행복해져야지.

 










* 원래는 다른 노래를 올리려 했지만,
문득 이 노래가 듣고 싶어져 올립니다.
봄은 아니라지만, 전 봄이 좋으니까 말이죠.



-kaira 71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