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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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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지만 소소하여라 -36- 네번째 손가락에 이상한 상처가 생겨서 타자치기가 불편하다. 딱지가 앉으니 오히려 편해졌는데 당최 이 상처가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길이 없다. '그런게 사랑이야' 그런 얘기를 쓸 생각은 없지만,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깨닫는 감정은 분명 있다. ----------------------------------------- 몇년전(5,10년) 좋아했던 노래들을 다시 주섬주섬 꿰어 듣고 있다. 정말 좋은 곡들 많구나. 노래들은 만들어지고, 기대되고, 들려지고, 무시되고, 사랑받고 혹여 잊혀지고, 사라지고. 전설이 된다. 너희의 삶도 그닥 편치 않구나. 많이 사랑해줄께. 나처럼 비루해도 괜찮지? ------------------------------------------ 친한 언니와 삼계탕을 먹으며 '필요에 의..
시시하지만 소소하여라 -35- 언제나 좋은, 좋아하는 분들의 할랑한 반바지와 접어 올린 팔목에서, 팔꿈치 타투에서 얇은 롱스커트에서 그리고 내 발찌를 보며 여름이 온 것을 실감한다. 뜨거운 볕을 손으로 막으며 이제야 내게 온 여름날을 시작했다. ------------------------------------------------- 티비를 틀어도 지하철을 타도,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과잉의 노래들이 들려온다. 감동을 굳이 찾아내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이 모이니 이해와 측은함, 그리고 내 편협함이 모두 한데 모여 씁쓸한 맛이 올라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편협한 것이 맞다. 심지어 홀로 은밀하게 이리저리 무수한 노래들의 즐거움들을 맛보니 응큼하기까지 하여라. 난 앞으로도 계속 뒤지면서 음악 들을테야. 이 맛나는 산..
시시하지만 소소하여라 -34- 정말 좋은 공연을 보고왔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반짝반짝 빛났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일치한다는것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 ----------------------------- 요즘 생각을 위한 생각에 빠져 큰 오만을 저지르고 산것 같아 퍼뜩 정신을 차렸다. 진짜 생각은 그런것이 아니라고 머리속에 빨간불이 켜졌다. ---------------------------- 약속장소로 향하던 길. 맑은 하늘을 보고 깜짝 놀라 걸음을 천천히 했다. 편견없고 호불호 없이 마음 다 열린 여자라고 나를 착각하고 있었다. 얼마나 큰 오만들을 저지르고 살았는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직 많이 방황해도 괜찮고 또 부끄러워해도 괜찮으니 조금 더 솔직해지자고. 또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
시시하지만 소소하여라-33- 최근 목과 날개죽지를 타고 가던 통증이 손끝까지 내려오면서심각하게 '목 디스크'를 걱정하게 되었다.트위터와 주변 사람들의 조언, 웹상을 뒤져보니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자세'(제일 어렵다)자주 자세를 바꿔주는 것.그리고 라텍스 배게가 좋다는 얘기에자세를 꼿꼿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고예전에 배웠던 요가 자세도 한 두어개 하고배게도 바꿨더니 한결 몸이 편해졌다.키가 너무 크다는 강박에누구를 만나도 움츠러 들었더니,자세로 굳어져 영 보기 안좋았는데,이 참에 바꿔보려 노력해야지.주변 지인은 요즘 언제나 쭈욱 편 자세를 유지해서허리 디스크도 거즘 다 나았다 하고,덕분에 앉은키도 커 보인다 하니나도 눈치 보지 않고 큰 키를 자랑하며 다녀야겠다.얼마전 7..
시시하지만 소소하여라. -32 동생에게 보낸 겨울 옷들 덕분에 옷장이 휑하니 비어 좋아했더니, 고새 몇 개 사들였다고 행거가 꽉 찬다. 겨울 옷은 부피가 크다. 내 허영은 부피가 더 크다. 쇼핑할때마다 드는 죄의식 때문에 괴로워 하면서도 클릭하는 내 손과, 모자란 부분을 물건으로 채우려는 내 허영이 미워 죽겠다. ---------- 사랑에 빠질 시기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준비 다 됐다.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갑작 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사랑의 전부도 아닐텐데. 온 세상의 수 많은 사랑의 정의들은 어떻게 내릴 수 있었을까? 최근 어떤 분과 얘기 도중 "난 눈이 높아요. 이만큼 살아왔으면 자기 기준으로 다 눈이 높은거지. 아무나 사귈 수 없잖아요. 눈이 낮다는 사람들이 이상한거야" 란 말을 듣고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보다..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31 --------------------- 날이 추워져서 좋아하는 니트를 꺼내 입을 수 있다. 곧 겨울이 오면, 이 니트 위에 뭔가 다닥다닥 껴입을 것을 생각하니. 거추장스럽다. 요즘은, 심플하고 진실한 것이 가장 멋있다. ------------------------- 크고 또 커서 푹 껴안길만한 좋은 가디건 하나 가지고 싶다. 예전에 고양이털에 뭉쳐져 버려진 예쁜 가디건을 생각하니,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왜 똑같은 것은, 찾을 수 없을까. 왜 좋았던 것은 같은 모습일 수 없을까. ----------------------- 5년도 넘게 신어서 플라스틱임에도 꼬매고 사용하는 내 지압 슬리퍼. 똑같은 것을 드디어 찾아냈다. 5년이나 기다린 너를 찾다니, 죽도록 찾을땐 안나오더니. 체념하자 보이기 시작하다니,..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30 집에 있는 날마다 하루에 하나씩 클리어하는 기분으로 대청소중인데, (진짜 대청소 중이다. 페인트칠까지 하고 있다구.) 오늘은 냉장고 청소하다가 내 '자신'이 징그러워 죽는 줄 알았다. 겉만 차리느라, 집안살림 만신창이 되는 줄을 몰랐네. 락스질을 하면서 진짜로, 진심으로. '너 시집은 어떻게 갈래?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속으로 물었다. 그리고, 진짜로, 진심으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소중한 이 들에게 가슴 깊은 감사를 올렸다. 모자란 여자라서 죄송합니다. 분발하겠습니다. 이러다 대청소 마치는 날, 나 울지도 몰라. ---------------------------------------------- 만질수도 없는 마음은, 확연하게 다가오는 현실앞에서 힘을 잃곤 한다. 요 근래 가족과 친척의 건..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29 달콤함이 어쩌고 녹아내리는 사랑이 어쩌고 하고 싶지만, 참 무드 없이도, 근 일주일간 대청소 중이다. 왜 먹지 않아도 설거지는 쌓이며 씻지 않아도 물때는 생기고 움직이지 않아도 먼지는 쌓이는가. 사람보다도 부지런한 자연, 그리고 생활앞에서 인간이란 한낱 미물일뿐. 역시 나는 찌질한 우주의 먼지 중 하나였을뿐. 아니 먼지보다 못한 존재일뿐. 이번 가을엔 사람답게 살아야겠다. 내일은 냉장고에서 꽃피운 저 이상한 생물을 치우고 화분을 사다가 진짜 꽃을 틔워볼까. 고양이들이 먹겠지. ---------------------- 또 청소얘기. 새로 온 서랍장에 시디를 정리하던 중, '우둑'하는 소리를 들었다. 작은 서랍장들은 꼼꼼하게 잘 채워넣어도 무너지는 일은 없더라만. 덩치 크다고 다 좋은게 아니더라. 사람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