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2) 썸네일형 리스트형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좋아요-7- 1. 봄 꽃이 좋다지만 늦게 일어나는 사람에겐 그저 먼 얘기. 창문 밖에 만개한 봄을 바라보는 것은 느끼는 것일뿐. 행동하지 않는 자에겐 봄도 그저 그 곳에 있는 무드와 풍경일 뿐이다. 2. 주말, 자고 있는 나를 방안에서 끌어낸 친구와 햇빛 따사로운 홍대 거리를 돌며 쇼핑을 했다. '나 며칠 전에도 뭔가 사지 않았나?' 데자뷰가 따로 있나. 2-1. 친구가 옷을 고르며 묻는다. "옷장 안에 옷은 많은데 자꾸 사게 되네" "봄 이잖아." 스스로 좀 멋있는 답변이라 생각했지만 지갑이 알아줄 리 없다. 2-2. 친구가 남색에 분홍빛이 곱게 들어간 가디건을 골랐다. "작업복이야. 그 작업 말고, 그 작업.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난 구조적으로 굉장히 독특한 배기팬츠를 골랐다. 친구가 멋지다며 좋아한다. .. 봄날. 식상한 단어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말들이 있다. 아름답다. 따스하다. 두근두근하다. 마음이. 봄날이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사람 마음을 뻔하게 만들어주는, 식상하게 참 아름다운 봄날이다. 켜켜하게 먼지쌓인 낡은 겨울아 고맙다. 네가 없었더라면, 봄날이 이렇게 예쁜지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좀 더 어른이 되면 그때 다시 만나자. -kaira 719200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