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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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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토크, 나이스 크림-2 학교 종 소리를 오랜만에 들었어. 이상하게 생소하고 그리운 소리였어. 아주 오랜시간을 저 소리를 듣고 자랐는데 왜 어느 순간이 되면 그런 것 듣기가 어려워 지잖아. 병원 뒷길을 따라 내려가면 조그마한 공원이 나와 그 공원과 맞은편에 초등학교가 하나 있거든. 그럼 난 쉬는 시간마다 그 공원 정자에 앉아서 아이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자꾸 틀리는 합창소리. 악기 연습소리, 새소리를 듣는거야. 그럼 시간은 어디로 흐르는 걸까 생각하게 돼. 이상하지. 난 지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렇게 죄스러운데. 낮은 이렇게 밝고, 시간은 이렇게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그런 관념적인 생각을 멈출 수 없으니 말이야. 여긴 벌써 장마철인지 자꾸 비가와. 반팔을 입고 나가면 한기가 돌기도 하고 가지고 온 책은 손에 잡..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좋아요-11- 1. 병원에 와 보니 내가 늘 겪고 살던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화장실에 가는 그런 아주 쉬운 일들을 하지 못해 괴로워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모든 것을 의지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리고 강한 힘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시간들이다. 2. 동생이 다친 후 한 번도 울지 않았지만, 의식을 잃은 동생이 날 못알아 볼땐 왈칵 울음이 쏟아져 나와 병원뒤 공터에서 엉엉 울었다. 병실로 돌아온 나에게 간호사언니는 "보호자가 쓰러지면 안돼요, 보호자가 포기하면 환자는 갈곳이 없어요"라며 가만히 내 등을 쓸어주었다. 3. 병실안에 모든 사람들은 깊은 유대를 가지게 된다.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고, 빨리 나으라며 쓰다듬어 주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