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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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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 그런다 핑계대고 있었다. 요즘 꾹 누르면 바로 와락 쏟아질 것만 같은 물기가 버거우면서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라 스스로를 위안한다. 황망하게 주위를 둘러봤더니, 우린 모두 외롭고 여린 영혼. 바로 코 앞으로 들이밀고 있는 현실이란 무게가 가을냄새를 무장하고 닥쳐와 모두 '가을이라 그런다'고 핑계대고 있다. 술이나 마시면서 내가 너보다 낫다. 네가 나보다 낫다. 실실 농담이나 흘리며 웃는다. 그래. 안녕, 인사하고 돌아가는 길 가슴 터질 듯 외로워 하면서도 기댈 곳 하나 없어 가로등 불빛 만큼 큰 구멍을 끌어 안고 담고 살아가는. 참 아무렇지 않지 않은 가을이구나. -kaira 7192000* -------------------------------------------------------------------------- Te ..
소프트 토크, 나이스 크림-3 [예를 들어 늦은 밤 컴퓨터 모니터 불빛같은 것. 깜박깜박하는 부엌 전구. 할일 없이 뒤적뒤적 하게되는 옛날 일기. 이미 잊은 옛 애인의 미니홈피 같은것에도 있어. 잘 떨어지지 않는 옛날 기억같기도 하고 뇌리속에서 이미 낡아버린 가장 예뻤던 한낮의 추억같은 것. 왜, 사는데는 도통 필요없지만, 가끔은 커피에 넣는 설탕시럽처럼 달달한 것.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지게 되는 것. 떨어트리려 할땐 죽도록 품게 되는 그런 것 말야.] [그게 뭐?] [고독인 척하는, 진짜가 아닌 가짜 센티멘탈.] [그래서 뭐?] [그런 것이 어울리는 '가을'이 눈 앞이야.] [유치하네] [다, 외롭잖아. 그 쯤은 괜찮아.] -kaira 71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