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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그래도 잊기전에, 봄이여 다시 한 번.


 





요 한달 간 '봄이여 오라' 주문을 외다,
지쳐 나가 떨어질 때.

그즈음.





좀 더 설익고, 아직은 시큼한.
순수하고 수줍은.

아직 단발머리에 키티핀 꼽은 여학생같은,
뭐든 덜한 봄이

하얗고 매끈한 몸 보여줄 것 같더니.

 

살풋한 봄이 아닌,
벌써 익어버린 여름이 눈앞에
콱 하고 나타나니,

소화불량 일으킬것 같은 심정이 된다.

 


여름이 한 발 앞으로 나설때마다

겨울 내내 움츠리고 있었던 몸.
그리고 황폐해져 너덜너덜해 있던 마음이

비루하고, 촌스러워져서
자꾸 가슴을 여미게 된다.

여름빛 아래
쪼그라드는 내 마음이
한없이 작아 자꾸 울고 싶어진다.

 




그 겨울 나는

계속 찾아 헤매었고
어떻게든 커보이려 마음에 까치발을 했고,
계속 시도했고, 계속 포기했다.

아직 수습하지 못한 누더기들을
주섬주섬 챙길 봄 없이
찾아온 여름이 이렇게 낯설구나.

 



참 지겹고 애닯던 사랑.
다시 시작할때가 되었구나.

 





 


냉장고에 있던 떡볶이를 뎁혀 먹으며
주문을 왼다.

"그래. 그래도 잊기전에, 봄이여, 다시 한 번."

 


-kaira 71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