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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좋아요-9-

 


1> 파묻히는 기분이 극에 극을 달려서
이번 금요일엔 드디어 머리를 잘랐다.


워밍업하는 기분으로 조금 잘랐을 뿐인데도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조금의 변화로도 좀 나아지는 기분이라니,
지조가 없군.

아니, 사실은 그렇게 물고 늘어질 기분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네.

언제까지 이럴지는 모르겠지만.





2>사랑스러운 친구 진진이 사는<?>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 놀러가(여름 한철 반짝 하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가방을 (그것도 정품을!)
3만원에 겟 했다.


누가 들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 하겠지만
그 벼룩시장에선 그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역시 남자는 자동차.
여자는 가방이라 말하던 그 우스갯 소리가
반 이상 맞는 소리란 말인가......아, 조금 부끄러워진다.




2-1>벼룩시장을 무척 좋아한다.
자신이 이제 필요 없는 것을
남이 가져가 소중하게 써 준다는

취향의 순환이 가끔 기적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그 엄청나게 고마운 가격이란...




3>어둠 꽁꽁 싸맨 방안에도
거리의 냄새가 스민다.


약간 따스한, 약간 숨이 막히는 매캐한
그러면서도 포근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냄새.

계절의 향기.




아, 봄이 오기도 전에 초 여름의 향기가
나기 시작하는구나.


온 몸이 저릿저릿하게 좋아.




4>여운 일주일짜리 영화 박쥐를 보고
내내 시달렸다.
(좋은 쪽으로)


이후 박쥐를 본 사람들과
아직 보지않은 사람들의


여러 얘기를 들으며

취향이란 모두 다르다는 것을,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5> 오늘 하루종일 이 영화가 보고 싶다...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다.


나의 5월의 추억 중에는
이 영화 중경삼림도 함께 하고 있던것을.













5월 1일이 생일인 남자와
그 남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여자.



금성무와 임청하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1994년 5월 1일 유통기한의 파인애플 통조림과 금발가발,
지저분하고 복잡하며 활기차던 홍콩의 거리.
눈물흘리는 수건과 짧은 커트머리, 스튜어디스의 환상과
원색의 조명.



무료하고도 아름다웠던 그 영화의 기억은
아직까지도 5월이면 나를 설레게 한다.




5-1>그러고보니,
당시 그렇게 멀었던 금성무의 극 중 나이를
내가 훌쩍 뛰어넘었구나.
참 신기해, 시간이라는 것이.




5-2> 그들에겐 그저 보통의 하루였던 일상이
영화로 만들어 진 것 처럼


만약 내 일상도 영화로 만들어 진다면
과연 어떤 장르가 될까?



그렇다면,
혼란스럽다 해도


해피엔딩 이면 좋겠다.




영화니까. 모든 꿈이 이루어지도록.





 

-kaira 7192000

 




노래는 중경삼림에 쓰인 데니스 브라운의
<Things In Life>


크랜베리스에게 저작권을 받을 수 없어서
왕정문이 다시 불렀다는 몽중인이나,
마마스엔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보다도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오던 이 노래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당시 나처럼 이 노래에 반한 사람들이 데니스 브라운 CD를 사고
상처 입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뭐 그러다 팬도 되고
그게 아니라도 그 노래에 대한 추억을 얻으셨잖아요.
그러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