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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사천의 낮과 밤

 

한편의 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우리들은 살육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많은 것들을 살육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사랑하는 많은 것들을 사살하고, 암살하고, 독살해야 하는 것이다.

 

보라,

四千의 낮과 밤의 하늘로부터

꼭 한마리의 작은새의 떨리는 혀를 보기 위해,

四千의 밤의 침묵과 四千의 낮의 역광선을

우리들은 사살했다.

 

들으라,

비 내리는 온갖 도시와 용광로,

한여름의 선창과 탄갱으로부터

단 한 아이의 굶주린 눈물을 얻기 위해,

四千의 낮의 사랑과 四千의 밤의 연민을

우리들은 암살했다.

 

기억하라,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우리들의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

꼭 한마리의 들개의 공포를 보기 위해,

四千의 밤의 상상력과 四千의 낮의 차거운 기억을

우리들은 독살했다

 

한편의 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들은 사랑스러운 것을 살육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이는 죽은 자를 되살아나게 하는 단 하나의 길이며,

우리들은 그 길을 가지 않으면 아니된다

 

(유정역, 탐구당, 1984년, 110-112쪽)

다카무라 류이치<四千의 낮과 밤>(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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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잊지 못할 기억을 안겨준 지인은,
늘 시를 쓰기 위해
열 두시간을 책상앞에 앉아있었다.
의자가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골몰했다.


글 한 줄을 적는 것은 고난이지만 동시에 기쁨이라 했다.

맘에 드는 단 한 줄을 위해
며칠을 앓았다.


그처럼 치열하지 않은 나는

그녀의 글이 쉽게 읽히는 것이
늘 죄스러웠다.





쉬운 음악이 쉽게 들려서 미안하다.
쉬운 영화를 쉽게 보아서 미안하다.
쉬운 글들이 쉽게 읽혀서 미안하다.

쉬운 마음이 쉬울거라 생각해서 미안하다.



세상의 모든 쉬운것들을,
쉬울거라고 생각해서 미안하다.



-kaira 7192000*



가끔 음악이 글을 방해하기도 합니다만,
좋은 음악 하나 올리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