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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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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술을 마시던 도중
친구가 핸드크림을 꺼내어
조물조물 자기 손에 잘도 바른다.
코를 대어보니 물씬 꽃향기가 난다.
장난스러운 내 표정에 수줍었던지.

"남자도 향기나는 것들이 좋아."

하고 친구는 황급히 주머니에 크림을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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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갈수록 예뻐지는구나."
소중한 분이 말했다.

빛 하나 들지않아 오그라든 마음에
확하고 훈풍이 불었고,
순식간에 온 몸의 감각이 깨어나

죽기 직전의 마음이
탱탱하게 되살아 났다.

이런거구나.
좋은 말이라는 것은.

순식간에 피가 도는 느낌의 '말'이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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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떠나간 여행은,

내게 몇가지의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래봤자 나는 그냥 개인이라는 사실.
혼자라는 사실을 견디되 그다지 즐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과
뭔가 빨리 배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최근 정말 사람을 그리워 하고 있다는 것.




오늘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를 향해 걸어가는 길.

미지근한 바람과 알 수 없는 꽃향기와
귀에서 흐르는 이적의 '사랑은 어디로'를 들으며
눈물이 왁 쏟아질 뻔 하다.

햇살이 머리위로 가득 내리쬐던 그 순간이

지금 내게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서러운 것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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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을 향해 걷는 길엔
목단향 가득한 골목이 있다.

빠르게 걷다가도
그 향기를 맡으면
잠시 뒤 돌아 다시 한번 크게 숨을 들이키게 된다.


목단향.
이처럼 순수하고 섹시하며
꽉, 이가 표나게 물어보고 상처내 보고 싶은 단아한 이름과 냄새라니.

가슴이 다 두근두근하다.

 

 

-kaira 71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