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좋은, 좋아하는 분들의
할랑한 반바지와 접어 올린 팔목에서,
팔꿈치 타투에서
얇은 롱스커트에서
그리고 내 발찌를 보며
여름이 온 것을 실감한다.
뜨거운 볕을 손으로 막으며
이제야 내게 온 여름날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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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를 틀어도 지하철을 타도,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과잉의 노래들이 들려온다.
감동을 굳이 찾아내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이 모이니
이해와 측은함, 그리고 내 편협함이 모두 한데 모여
씁쓸한 맛이 올라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편협한 것이 맞다.
심지어 홀로 은밀하게 이리저리 무수한 노래들의 즐거움들을 맛보니
응큼하기까지 하여라.
난 앞으로도 계속 뒤지면서 음악 들을테야.
이 맛나는 산해진미들 맛보며
야금야금 자라날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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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이것이 좋아, 저것도 좋아' 라고 말하던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남발하던
'이것은 싫어, 저것도 싫어'의 모습을 찾아내서
'넌 호불호가 너무 강해'라 얘기해준 분이 있다.
정말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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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난무한 세상이지만,
위로밖엔 해 줄 수 없는 요즘.
위로 하면서도 위로받고 싶고.
위로 받으면서도 비참해지는
평생 단 한번이면 족할 감정들을 생각하며
이미 지나갔지만,
지금도 마음에 남아있던 두려운 날들을 생각한다.
잊혀지지도 않고,
지워지지도 않은.
그저 '지나가기만' 한 날들을 떠올린다.
지금 생각해도 무섭고
다시 올까봐 소스라치는.
좋아질거란 말도 사치스러운 그들에게
말 한마디 꺼낼 수 없다.
그저
이 시간도
지나가고 있다는 말 밖엔 할 말이 없다.
모두 잘 버텨내길.
제발 잘 버텨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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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뻑뻑한 아침.
슬슬 잠자리에 들려다가,
거울 한 번 보고 깜짝 놀라서는
인생이 신기하다 생각해봤다.
고양이들을 오랜만에 벅벅 씻긴뒤
피곤해 늘어진 그 몸에
코를 파묻었더니
좋은 샴푸향이 난다.
여름이다.
Kaira 71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