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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차갑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마음도 차가워지고 말투도 자꾸 냉랭해져서 큰일이다.
은근하고 뭉근한 열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이들에게도
뾰족한 가시복처럼 성내서 멀어지게 만들어놓고
떠나려 뒷걸음질 치면 못내 서운해 손가락 걸고 끌어오다가 
엉덩방아 찧고 눈물 핑 돈다.

열아홉처럼 혼자면서 열아홉보다 칼날같은 혼자다.
기대기 싫다하며 오만해지자 지치고 요령이 생겼다.

안개낀 산길 속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혼자다.
옆을 스쳐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반가워
귀 기울여 들어보면 메아리의 꼬리처럼 끝이 뭉개져있다.

두려움이란 우물안에서
긍정과 절망을 비타민처럼 잘 삼키고
더듬더듬 돌부리 없나 밟아가고 있다.
잘 나아가고 있는걸까?

빨갛게 칠한 손톱을 독한 리무버로 지우고보니
모양없이 자라 예쁘지않고 탄력없이 하얗게 일어나 있다.
얼른 다시 색깔을 칠해봐도 자꾸 미워보인다. 

시간은 앞이 너무 찬데,
감은 머리 목 뒤는 서늘하네.

차갑다.


-kaira 71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