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있는 화장품 가게로 들어가
봉숭아물색 짙은 메니큐어를 샀다.
오렌지 물 잔뜩 든 손톱을 보며
서른이 되면 예쁜 메니큐어를 바르고
화장 예쁘게 한채 긴 머리를 휘날리며
기타를 치며 노래할 줄 알았던
내 스무살의 생각을 떠올렸다.
삶이라는 것이 나날이라는 것이
사실은 무심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냐. 라고
그러다보면 또 다른 꿈과 생각들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냐
그런 말을 하는 어른들을 보면
'세상이 쉽지 않아요'라고
얘기 하고 싶었던 스무살이었다.
난 세상에 당당하게 맞선채
말도 안되는 얘기를 들으면
멋지게 따귀를 날려주는 그런
훅을 가진 여자가 될 줄 알았다.
그때와 같은 손이다.
그때와 같은 머리이고 얼굴이며 몸이며 가슴이다.
하지만 시간은 저런 말들 속, 의미를 알아채게 만들었구나.
절절하게 끓던 가슴속 울분과 기대는
조금 사그러들었고 그래서 조금 여유로워졌고
또 그래서 조금은 기쁘기도 하다.
아니, 슬프다.
생각만큼 슬프지 않아 슬프다.
아니, 기쁘다.
생각보다 어른스럽다고 잰척 할 수 있어 기쁘다.
이런 오묘한 감정들은 뒤섞여
형광 오렌지 색에 덧발린다.
메니큐어가 다 마를동안
손가락마다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또 다른 장면과 단편 단편의 기억들을 만들 생각을 해본다.
조금은 엉뚱한 장면을 삽입하고, 또 약간은 거대하고 황당한 생각도 해가면서.
곧, 2009년이 찾아오겠지
그러면 오늘은 또 오늘이 아니게 되고
이 생각들은 또 다른 빛깔이 되어 다른 생각이 되고.
그리고 나는 내가 아닌 나로써 또 나의 삶을 살아가겠지.
적어도 확실한 것은,
이젠 깡마르고 머리 긴 글램락커를 꿈꾸진 않는다는 것이다.
-kaira 7192000
고맙다.
아직 살아남아준 모두.
반짝이던 생각들. 추억들.
천천히 꾸준히 멈추지 않을 시간들.
앞으로도 꾸미지 않고,
부족한 나를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