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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좋아요-2




1.

순두부찌개와 동태찌개를 맛있게 하는 집 앞 가게에서
된장찌개를 하나 시켜다가
우걱우걱 입안에 밀어넣었다.

반짝이는 모니터 화면 안에선
요즘 예쁜 옷 많다는 쇼핑몰이 켜져있고
귓 속에선 90년대 노래를 표방한다는

해오의 '작별'이 윙윙 돌아간다.

'나즈막하게 목이 메인 말로,
옷자락 놓으며 안녕이라 말했지, 안녕... 안녕... '

아. 90년대.
그립지만 그립지 않은 90년대.

 

내 기억은 90년대에 머물러.

시간은 갉아 먹히고 있다.

낭만은, 어디에.

 

2.

비 주룩주룩 내리는 토요일.

연륜이 스크린안에서 점점이 붓질을 시작해
영화가 끝나자 큰 선을 긋고
느낌표로 끝나는

'그랜 토리노'를 보며
눈물 찔찔 짜며 돌아오는길.

이제 연기는 그만하기로 다짐했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생각하며
제발 감독님이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지금 처럼만 있어주면 좋겠다'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감독님, 제발 건승하세요.

참.
밀리언달러 베이비가 일주일치라면
그렌토리노는 5일 치 입니다.
각오하고, 보세요.


*진짜 보수라는 것은 이렇게 멋있는거구나.
**배바지가 어울리는 남자, 정말...오랫만이야.

그의 인터뷰가 보고 싶다면.




3.

물건은 증식해 가는 것이 맞다.

옷이,
CD가,
가방이,
화장품이,
만화책이,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많아진다.

도대체, 누군가에게 뭘 보여주고 싶은 거야. 나는.

그냥 자의식 과잉이라고 해두자.
아니  '자의식이 필요한 시기'가 정확하겠다.


3-1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요즘 힘들다 한다.

그녀에게 커피 한잔 사주며 생색내는 나는
내일 올 택배상자를 생각하며

죄책감으로 떠들어댔다.

그리고,
죄책감이 드는 내가 한심해서
다시 한번 떠들어댔다.

 

4.

'꽃보다 남자'가 2주뒤 끝난다.
으엉.
(진심으로 두 뺨위에 흐르는 눈물)


5.

꿈 속에서 나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여자가 되어있었다.
그들은 소프트하고 나이스하고
여성을 배려하는 남자들이었고,

나는 그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대답을 회피하는
소위 '밀고 당기기'잘하는 여자였다.

날 사랑한다는 그 남자중 하나는
파란 머리띠에 앞치마를 하고 있었다.


.............'전진'이었다.

난 꿈속에서도 왜 전진일까 고민하다 일어났다.
일어나서는 왜 그가 앞치마를 하고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전진이 좋아졌다.

 

-kaira 71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