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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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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하다 갑자기 코피가 흘러서 깜짝 놀랐다.
별 일 없을때 흐르는 코피는 생애 두 번째인 것 같은데,
잘 안먹을 때 오는 영양실조 증상이 아닐까 싶다.

급하게 영양제를 챙겨먹었다.

평소에도 잘 챙겨 먹던 것은 아니고,
다이어트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더욱 배가 고파도 먹고 싶지 않은 것을 어쩌나.

살짝 올라가서 걱정이던 몸무게가
다시 원위치 되면서
격정의 코피 세러모니로 마무리 되었구나.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정말 안 좋은 것임은 알고 있는데,
배는 고프지만 먹고 싶지 않은 것을 어쩌나.








그래놓고 오늘
사온 초밥을 넙죽넙죽 다 해치웠다.



.....


근본적인건 내 게으름인건가?



아니면

나도 못 먹을 만큼 내 음식이 맛 없는건가?!!!!!!!!!!!!!!!!!!!!!(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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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보게 된 우리나라의 16강 경기.
(그 전의 여러 나열하기 싫은 사건들을 다 넘기고)

정말 잘 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잘 풀리지 않은 경기를 보며 속 상해 하다가

티비도, 포탈도, 다 꼴뵈기 싫어서
(분명 '잘 싸워주었다' 부터 시작해서 나올 여러 피드백이 보기 싫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내가 봐야할 페이지까지 빛의 속도로 휙휙 넘기고 있다.

 

너무 잘해줘서 또 정말 아쉬워서
아무것도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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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한 번 못보고 전화로만 통화한 세무사분께서
(물론 세무서, 그외 각종, 세무사 사무실 직원분 과 번갈아 미친듯 통화했다.)

이러저러해서 이러저러 했으니
수수료는 이렇게 저렇게 되어 얼마입니다.
합산을 내 주셨다.

얼떨결에 끄덕끄덕하고
이번주까지 입금하겠습니다. 얘기하고 보니
뭔가 내가 모르는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린 기분이다.

다 그 문 통과 하신거죠?
나만 모르던 거죠?

그러니 이 미묘한 기분, 이상한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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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없는 하루를 보내다
슬슬 필요한 것들이 생각나
근처 큰 마트로 혼자 마실 나갔다.

마트 안에 있는 화장품 가게를 둘러보고 나왔더니
비어있던 내 카트가 감쪽같이 사라져있다.

보증금 100원이 문제가 아니라
다시 나가서 그 카트를 끌고올 일련의 과정들이 짜증이 나
앞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가
바로 앞에서 시치미를 떼면서도 우물쭈물하고 있는 커플이 의심되어

다가가 '카트 못 보셨나요?'했더니
'비어있어서요' 하며 황급히 가방을 뺀다.

보면서도 시치미를 뗀게 괘씸하면서도
얼떨결에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하고 카트를 건네받고 나오는데



그들에게 뭐가 감사한건데!

왜 이러지? 왜 억울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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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오는 영화 몇 편 제대로 챙기지도 않고서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배우 박희순.
(이상하게 그 만 생각하면 개그맨 문천식씨가 함께 떠오르지만...;;;
난 왜이래. 왜 외모를 두고 연관검색어까지 함께 저장하는거야.
이선균은 아카시마 산마...박희순은 문천식....ㅠ_ㅠ)


오늘 처음으로 그의 프로필을 검색하다가
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1970년생, 마흔 하나.

피해갈 수 없는 오지콘의 더듬이는
이번에도 헛되지 않게 제대로 된 상대를 가리켰다.


그러고보니 내가 마음 주는 사내들은 거즘 연륜의 멋이
어딘가, 하다 못해 발끝에라도 묻어있는 남자들이다.

소년 아이돌들도 좋다면 좋겠지만.
그 내들을 바라볼때마다 속으로

'그래도 남자는 서른 다섯은 되야 진척대는 그 멋이 속에 밴단 말이야...'하며
속으로 구시렁댄다.

 

그리고...무엇보다도...















난 아직 남자에게 엄마미소 지어주고 도닥이는 것보단
그들이 바보같은 내게 씨익 웃어주는 것이 좋아서,
마냥 소녀처럼 설레이고 싶어서,

사내 냄새 나는 '오빠'들이 좋다. 








 

이 분이 박희순씨.
분위기 상인지, 과한 스케쥴 때문인건지 


피로에 찌들찌들한 얼굴과
역시 살짝 찌들찌들한 분위기를보라.

흐뭇하니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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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무렵 집 앞 기사식당을 지날때면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택시기사분들이 보인다.

어느때보다 느긋한 표정으로
담배 한 대를 빼어물고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시선은 어느 먼 곳에,

혹은 가게 안에 티비로 고정 되어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황야의 카우보이.

그들의 뒷 모습이 저러했을까.

자신의 애마이자 밥 줄인 택시위에
몸에 안 좋은 인스턴트 커피 하나 올려놓고

저 먼 곳을 꿈꾸는 눈.

 

먹고 사는 것이란
그 눈망울처럼 그렇게 대단하다.

 




 

-kaira 71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