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김행숙
낭독을 하겠습니다. 나는 이 책의 저자를 알지 못하지만, 킁킁 짐승의 냄새를 맡듯이 책의 숨소리, 문체를 느낄 때.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 뒤에 숨겨진 사랑을 내가 은신시켰다고 생각해요.
아아, 나는 사랑 없이 단 한 문장도 쓰지 못해요. 바람에 맡겨진 나뭇잎 같은 마음으로 낭독을 하겠습니다.
익사하려는 사람이 서서히 잠수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고개를 숙이며 낭독하겠습니다. 익사하려는 사람이 갑자기 허우적거리는 마음으로, 그렇게 머리를 쳐들며 낭독하겠습니다.
이 책을 부정하고, 강하게 부정하는 마음으로 낭독하겠습니다. 나는 한 글자 한 글자 녹일 듯이 뜨거운 목소리를 냅니다.
목소리에게 허공은 펄럭이는 종이입니까. 내 목소리도 하얗고 허공도 하얗습니까.
목소리는 허공을 만지고 허공은 목소리를 만집니다. 이 책이 낭독되고 있습니다. 내 목소리도 만질 수 없고 허공도 만질 수 없습니까. 지금도.
지금도 이 책은 이 책입니까.
계간 『시와 사상』 2010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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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숨어있는 은유까지 알 수 없는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사람일 뿐인 나도
가끔 속을 뒤집어놓는 시를 만날때가 있다.
내장이 슬픔도 아닌 감정으로 온통 섞여간다.
이번 주말엔
그렇게 이기적이게 나 만을 위해 잔뜩 울고 싶다.
-kaira71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