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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사랑의 종결부(아이노 코다) / Kirinji





사랑의 종결부
Kirinji


비 때문에 흐리게 보이는 비행장은 모노크롬
우산을 버리고 코트를 벗어

은의 날개가 윙윙 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하면
창문을 타고 내리는 사랑의 물방울을 흩날렸어


너의 고독、그 깨끗함에 마음을 빼앗겨
격하게 원했던 기억


봄의 초저녁, 빛의 여름, 끊겨버린 필름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궁궐에서
고요함에 싸이고 있어


보기 흉하게 윤곽만 그린 그림 같은 그 길도  
꽃잎에 물들어 가겠지

지금은 그저 봄을 통과시킬 뿐이야

땅의 끝에서


타들어 가는 햇볕 풀이 죽은 등으로 우두커니 서 있었어  
뺨을 타고 내리는 땀을 닦고 걸음을 내딛으면 

가슴 속 상처로부터 석양이 흘러 넘쳐


삐걱거리는 열차를 뒤쫓아


빨강에 담근 파랑이 번지는 밤이 지고
별이 흘러 넘쳤어


돌아오는 티켓을 찢을 패기도
사랑으로 살아갈 용기도 없어

보기 흉하게 윤곽만 그린 그림 같은 인생이
꽃잎에 물들고 있던 그 여름


지금은 그저 봄을 통과시킬 뿐이야

땅의 끝에서

 


지금까지도 너는 찾고 있는 거야?
자아내질리 없는 좋은 술을


비에 지지 않는 꽃이 된다는 거야?


부드러운 마음을 돌맹이로 바꾸어
보기 흉하게 윤곽만 그린 그림 같은 길에서조차

꽃잎에 물든다는 것에

지금은 그저 봄을 통과시킬 뿐

 

얕은 꿈에 취할 수 없는 너처럼

갈 곳도 이유도 가지고 있지 않은 고독을 벗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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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기다리며
글 몇자 뒤적거리려 찾아간 커피집에서
오랜만에 키린지의 노래를 듣고

둔탁한 것에 얻어맞은 기분으로
하루종일 흥얼 거린다.


돌아오는 티켓을 찢을 패기도/사랑으로 살아갈 용기도 없어/
보기흉하게 윤곽만 그린 그림같은 인생이/꽃잎에 물들고 있던 그 여름/
지금은 그저 봄을 통과시킬 뿐이야/ 땅의 끝에서



내 온 몸이
통과점 인것을 잠시 잊고 있었네.

안으로 흐르고,
바깥으로 흐르는.


흔들리고 흔들리고 흔들리며 흔들리는.




-kaira 71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