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 밑에 삼지창같은 주름이 주욱 나있는거에요.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정말 슬퍼졌어요.]
[응. 그거 비참하지.]
[스물셋에는 주름이라는 것은 절대 모를 일이었잖아요.
그런데 어떻하겠어요. 내 몸인데, 한 평생 내 몸일텐데.]
[응. 그렇지, 뭐 어쩌겠니]
[그래도 괜찮은거 같아요. 그때보다 예쁜 것 같아요.
다시 스물 셋으로 돌아갈래? 누군가 물어봐도 그냥 지금 제 나이가 좋아요.
화장술도 늘었고, 그때보단 생각도 많이 긍정적이 된것같구...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 주름도 그냥 괜찮다...싶더라구요]
[맞아, 너 그때보다 나아]
[그런데, 사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땐 마음이 확 달려가서는
주체하지 못해서 앓던 밤도 있었고 눈 퉁퉁 붓게 울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아요. 지쳐서. 게을러진 것 같기도 하고
겁도 많아졌고...그런 마음이 그립기도 해요.]
[그건 사람따라 달라, 그러다 확 불붙기도 하고 그렇지 뭐.]
[....오빠랑은 잘 지내세요? 보고싶다.]
[어제 대판 싸웠어.]
[왜요?]
[자꾸 소심하게 굴잖아, 내가 연락 안될 수도 있고
혼자 있고도 싶고 굴다리 밑으로 숨고 싶은 날도 있는데
연락 안된다고 승질내고, 삐지고...아주 귀찮아 죽겠어.]
[흐음...]
[사실 그것 뿐만은 아냐,
이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있을때 어눌하게 자기표현 못하고
내게도 그러는 것이 싫었거든.
그래서 쌓였던 것이 폭팔했던 것 같아.]
[그렇군요.]
[이제 슬슬 나도 결혼이라던지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되니까, 사람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돼.
'내가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까' 같은...
예전엔 안 그랬는데, 내가 바보같아서 싸우게 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사정이 있네요]
[응, 그래서 어제는 '내가 어떻게 하면 돼냐'고 그 사람 붙잡고
승질내면서 펑펑 울었어...좀 바보같지?]
[.....]
[거창한 대답은 필요없었어.]
[.....]
[난 그냥,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어.]
-kaira 71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