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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뿐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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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토크, 나이스 크림-2 학교 종 소리를 오랜만에 들었어. 이상하게 생소하고 그리운 소리였어. 아주 오랜시간을 저 소리를 듣고 자랐는데 왜 어느 순간이 되면 그런 것 듣기가 어려워 지잖아. 병원 뒷길을 따라 내려가면 조그마한 공원이 나와 그 공원과 맞은편에 초등학교가 하나 있거든. 그럼 난 쉬는 시간마다 그 공원 정자에 앉아서 아이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자꾸 틀리는 합창소리. 악기 연습소리, 새소리를 듣는거야. 그럼 시간은 어디로 흐르는 걸까 생각하게 돼. 이상하지. 난 지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렇게 죄스러운데. 낮은 이렇게 밝고, 시간은 이렇게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그런 관념적인 생각을 멈출 수 없으니 말이야. 여긴 벌써 장마철인지 자꾸 비가와. 반팔을 입고 나가면 한기가 돌기도 하고 가지고 온 책은 손에 잡..
소프트 토크, 나이스 크림-1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 밑에 삼지창같은 주름이 주욱 나있는거에요.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정말 슬퍼졌어요.] [응. 그거 비참하지.] [스물셋에는 주름이라는 것은 절대 모를 일이었잖아요. 그런데 어떻하겠어요. 내 몸인데, 한 평생 내 몸일텐데.] [응. 그렇지, 뭐 어쩌겠니] [그래도 괜찮은거 같아요. 그때보다 예쁜 것 같아요. 다시 스물 셋으로 돌아갈래? 누군가 물어봐도 그냥 지금 제 나이가 좋아요. 화장술도 늘었고, 그때보단 생각도 많이 긍정적이 된것같구...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 주름도 그냥 괜찮다...싶더라구요] [맞아, 너 그때보다 나아] [그런데, 사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땐 마음이 확 달려가서는 주체하지 못해서 앓던 밤도 있었고 눈 퉁퉁 붓게 울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하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