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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뿐사뿐

소프트 토크, 나이스 크림-2

 


학교 종 소리를 오랜만에 들었어.
이상하게 생소하고 그리운 소리였어.

아주 오랜시간을 저 소리를 듣고 자랐는데
왜 어느 순간이 되면 그런 것 듣기가 어려워 지잖아.



병원 뒷길을 따라 내려가면 조그마한 공원이 나와
그 공원과 맞은편에 초등학교가 하나 있거든.

그럼 난 쉬는 시간마다 그 공원 정자에 앉아서
아이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자꾸 틀리는 합창소리.
악기 연습소리, 새소리를 듣는거야.


그럼 시간은 어디로 흐르는 걸까 생각하게 돼.


이상하지.
난 지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렇게 죄스러운데.


낮은 이렇게 밝고, 시간은 이렇게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그런 관념적인 생각을 멈출 수 없으니 말이야.


 


여긴 벌써 장마철인지 자꾸 비가와.
반팔을 입고 나가면 한기가 돌기도 하고
가지고 온 책은 손에 잡히지 않아.

두고 온 것들과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걱정에 한참을 고민하다보면
어느새 저녁이 되지.




맛없는 식사를 하고 멍하니 일일연속극들을 보고 나면 10시.
모두 잠자리에 들어.

곁에선 코고는 소리와 아직 켜져있는 TV소리.
아직 잠들지 못하는 이의 뒤척이는 소리와
저 멀리에서 들리는 나직한 기도소리.


아주 고요한 가운데서 울리는 그런 사소한 소리들에 감겨 잠이 들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때즈음
간호사언니가 조용히 나를 깨워 오늘 환자는 무엇을 먹었으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묻고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게돼.





새벽이면 일어나
아직 곤한 잠에 빠진 동생의 체온이 정상인지 살짝 만져보고는


덜깬 눈을 비비며
구부린 등을 펼 생각 없이 다시 그 정자에 앉아
가만히 아침을 기다려.




아침이 다시 올 것이라는 그 사실이

이상하게 뻔하지 않아.

 

 

지금 당신은 잠들어 있겠지.
오늘도 이렇게 정체되어 공평하게 흐르는 시간속에서
당신도 다가올 아침을 기다리고 있겠지.


그대의 오늘 하루가,
평범하고도 평범한 일상 속의 하루가 되길 바래.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잠들어 있을 새벽.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깨어있을 시간.


이렇게 당신에게 사랑을 담아.



 

-kaira 71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