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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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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 -21- * 루시드 폴과 페퍼톤스의 공연에 다녀왔다. 첫날은 울컥 거리는 심장과 눈물을 조용히 참고 있었고, 오늘은 청춘이 주는 반짝 거림을 흠씬 누리고 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라디오에선 클래지콰이 리믹스 전곡이 흘러나왔고 지금은 허민의 3집을 들으며 조용한 마음으로 글을 쓴다. 흔하고 뻔한말로 음악은 분명 누군가에게 빛이 된다. 수줍게 얘기하지만. 그대들이 내뱉는 언어는 빛나는 음 하나하나는, 축복처럼 내려온다. 당신들이 하는 절실한 고민은 분명 누군가에게 힘을 준다. 그러니, 자신을 의심말고 좀 더 뻗어나가길. 좀 더 자유롭기를. *요즘 사는 것이 힘들다는 아는 동생에게 밥 한끼 사주면서 "괜찮아, 아직." 얘기 하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핑 돈다. 왜 청춘은 더 아픈걸까. 왜 사람들은 젊음을 특권이라 얘기하는..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20- 1. 드디어 컴퓨터를 고쳤다. "일단 파워 바꿔주시구요. 타는 냄새 나신다고 하니 그래픽카드를 뽑고, 내장형 그냥 사용해 보시구요. 그래도 이상하면 싹 갑시다" 단골 컴퓨터 AS집에선 정말 무식한 방법으로 정도를 이끌어내셨다. 역시 눈 가려지고 깜깜하고 잘 모를것 같을땐 감을 따르는 것이 맞아. 아직 통하는 세상이다. 2. 장기하와 얼굴들 공연에 다녀왔다. 장기하씨는 이제, 장교주가 아닌 장왕자가 되어 2,30대 언니들의 마음에 화염방사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같이 갔던 친구도 (김태희급의 미모를 가지고 있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 맞음.) 남자친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도 장기하씨가 맘에 든다며 연신 내 팔을 꼬집었고. 난 수 많은 여자들의 사랑에 빠진 눈을 보며 장기하씨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19- 1. 글쓰기가 참 쉬워지는 세상인데 막상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너무 어려워 진다. 갈수록 글 쓰는것이 너무 어렵다. 2. 요즘 시도 때도 없이 헛헛한 감정이 들어 그 근본이 뭔가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더니, 그 원인중 '문제' 하나를 발견했다. 무엇보다도 '서점'에 같이 갈 친구가 없다는 문제가 크긴 크구나. 이건 '서점'이라는 장소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라, 책에 관해, 음악에 관해, 영화에 관해, 일상에 관해 열 두시간을 떠들어도 지루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점점 '연인과 일'이라는 거대한 존재에 잠식당하고 있어서 도통 시간을 빼주기 어려워 지고 있다는 슬픈 '현재' 이야기다. (물론 남자친구때문에 못나오는 여자친구들도 있다. 아니 실상 더 많을지도 모르지.) '자주 만나는 남자 친구' 수다테라피 분이 점..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18- 1. 몸은 늘 정직하다.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배는 고프고 울고 있다가도 화장실은 가고 싶어. 정말 몸은 대단해. 멋져, 정말. 2. 생일날, 좋은 분들과 웃다가, 노래도 불렀다가, 춤도 췄다가. 좋은 케잌도 먹었다. 더 많이 놀고 더 많이 사랑하라는 얘기도 들었다. 쓸쓸하고 행복하다. 2-1. 그래도 숙취는 싫다. 정말 너무 싫다. 3. 여차저차 하다가 솔리드의 이준씨를 잠시 볼 기회가 생겼다. 말 한마디 못하고 스쳐지나갔지만 여전히 멋져- 펄럭귀가 되어 살짝 들어보니 새 앨범을 위해 잠시 한국에 나오셨다는 것 같은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 어디까지나 '카더라-'통신 일뿐이니 믿지는 마세요. 믿는 순간 기다리게 되니까. 3. 만화 책이 아닌, 활자로만 된 책도 많이 읽기로 했다. 3-1. 한 뮤지션의 ..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17- 1. 조금 늦은 포스팅이지만 민트 페스타에 다녀왔다. 한덩이로 묶여있던 커플들과 외로운 솔로들. 늦 가을을 즐기려는 사람들. 애인에게 끌려온 것 처럼 보이던 남자. 여기서도 일하는 스탭들. 흥에 겨운 뮤지션들과, 뮤지션이고 싶어하는 사람들. 이러저러한 텐트들이 한데 묶여 끈적끈적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늦가을 야외에서의 맥주와 몇몇 팀들의 공연은 정말 무척 맛깔스러웠다. 아, 하지만 늦가을의 낭만은 여전히 먼 곳에. 2.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미투데이라는 트위터사이트에 가입했다. 어떤 이들은 소통중이었고 누군가는 끝없는 혼잣말중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기를 마음 한 구석에서 부터 바라는 것 같다. 아무리 문명과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외로운 것은 외로운거야. 근본을 고치는 것은 ..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16- 1.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역을 향해 걷다가 두 명의 학생과 스쳐 지나갔다. 분명 중학생, 많이 봐도 고등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친구들이었는데 지나가는 그 순간 똑똑히 귓가에 울리는 말이 나를 슬프게 했다. "우리는 긴장하고 살아야해, 매 순간 긴장을 놓치면 안돼" 나도 모르게 "왜, 벌써?" 라고 답문하고 있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그 아이들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그 시간을, 그 나이로 관통하지 않는 나는 자격이 없으리라. 누구든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으니까. 단지 언니는 슬프다는 것 뿐이야. 2. 새로 시작할 운동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요가는 너무 정적인 운동이라, 이제 좀 활발한 운동이 하고 싶던 도중 친구가 나와 잘 어울릴거라 얘기했던 카포에라를 1순위로 두고 고민중이었는데, 월,..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15- 1.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욕이 터져나올때 즈음 편의점에 들어갔다. 담배와 계란, 우유와 담배를 결제하고 나오다보니 호빵이 보인다. 주섬주섬 잔돈으로 두 개 값을 치루고 나오면서 가슴에 품어보았다. 하얗고 보드라운, 이제 호빵의 계절이구나. 2. 새로 기타를 가르쳐 주는 동생은 말 그대로 '야매' 주법. 즉, '결혼식 축가 마스터' '초보가 기타 좀 치게 보이게 하는 법'등을 가르쳐 주고 있다. 내가 원하던 좋은 선생님의 조건을 가진 친구라 맥주로 보답하고 있는 중이다. 열심히 해야지. 2-1. 기타를 치고 나오는데, 벌써 왼손 검지 끝에 감각이 없다. 굳은살을 만드려고 한 두 달을 고생한 것 같은데, 막상 만들고 보니 아무리 오랜시간 기타를 멀리해도 검지에 감각이 다르다. 무엇이든 시작한 것은 다시 처..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14- 1. 나를 근 3년간 때만 되면 괴롭혔던 일때문에 요 며칠 시달렸다가, 드디어 오늘 나머지 일들을 정리하고 여의도까지 달려가 서류를 제출했다. 덕분에 증명사진이라는 것을 진짜 오천만년만에 찍어봤는데 아, 역시 '나는 나구나' 싶어서 한참 웃었다. 괜찮아. 이번엔 '자가지방 넣은 여인'처럼 안 보이기 하고, 어느정도 폼나게 나이 먹은 티도 나고 말이지. 무엇보다 지하철 증명사진기가 내 매력까지 담을 순 없지. 뭐- 봐주기로 할까. (하지만 부들거리는 이 손끝은 뭐냐...) 2. 오랜만에 들어 가 본 친구의 미니홈피에선 김혜림의 '이젠 떠나가볼까'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요 한달 간 입에 붙이고 살던 노래라 신기해 하면서도 이게 친구라서 나와 '비슷한' 인간들의 정서인가, 아니라면 혼란스러운 사람들의 '가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