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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다. 봄이 오면서 끝이 나는 겨울 속으로 숨어버리는 사람들과 너무 이른 봄으로 뛰어들어가는 사람들 속에 서있다. 어떤 선택도 후회스러울듯 하여 머뭇머뭇 발끝만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직 남은 겨울 냄새가 난다. 이제 한해가 지나고 시작되고 또 한해가 지나고 시작되어. 지나고 지나고 지나면. 지난 봄과 남은 봄 동안, 더 깊게 그 날들을 그리워 하겠지. 이제 몇 번의 겨울 소리가 지나고 나서야 여름보다 짧은 봄이 시작되는걸까. 하지만 저 만치서 겨울을 돌아 찾아 오는 봄의 기척들이. -kaira 7192000* 마른 잎사귀를 밟을때 망고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 나의 학교와 시인 Estacao를 생각한다. 몇 번째인지 모른다. 가난한 동네 언덕을 노래부르며 올라갔는지. 햇빛을 항상 태우며 이렇게 나는 지쳐간다. 때가..
제목도 정하기 어려운 순간. 배고픈 상태에서 '더 로드'를 다 읽고나니 허기가 심해졌고 내일 우리가 먹을 반찬이 다 떨어졌다는 것에 생각이 닿아 마트를 다녀왔다. 냉장고에 있는 썩기 직전의 양파와 당근, 사과가 생각나 일본 카레나 해 먹자 싶어 주섬주섬 일주일동안 먹을 나머지 반찬거리를 산다. 계란 장조림에 오뎅탕이 좋겠구나. 비엔나도 좀 사자. 김치는 얼마나 쉬었던가, 김치찌게 할 정도는 되던가. 아 엄마 보고 싶네. 우유는 얼마나 남았지? 바람이 좀 차던데. 쌀을 불려놓고 계란을 삶는다. 대충 씻은 채소를 건져 냄새 물씬한 냄비에 던져 놓는다. 계란장조림에 넣을 버섯을 다듬다가 자취의 신인 한 친구를 생각한다. '요리가 필요할때는 분명 있다. 칼질을 하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질때도 분명 있다'고 확고한 어투로 얘기했었다. 부엌에 카..
일요일엔 캣파워와. 그저 그런 일요일이. 그저 그렇게 흘러가니 좋구나. 흔들흔들 마음은 버려두고, 몸이나 열심히 움직여야 겠다. -kaira 7192000* *최근 연습중인 캣파워의 Sea of Love. 허니드리퍼스의 곡을 캣파워식으로 만들어놓은 곡. 저대로 딱 치면 초보들을 위해서도 좋은 곡이지만, 범접할 수 없는 곡인건 캣파워이기 때문이겠지. 이런 여신의 분위기와 목소리를 내가 낼리 만무하잖아, 집에서 놀기나 하자. (여신들은 왜 이리 막 놀아도 예쁜거야? 예쁜 사람만 더 기억되는 이 더러운 세상)
봄비소리, 그대 소리. 봄과 밤과 습기가 섞인 바람을 맞으며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말은 안했지만, 마음으로 재차 당신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나, 이렇게 지금 눈물 날만큼 봄이 와서 행복하다고. -kaira 7192000* 봄비 소리와 보사노바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특히 요시로 나카무라씨의 기타와 목소리를 들으면 브라질의 후덥하고 농밀한, 그리고 달콤한 본토의 소리는 아니지만, 담백하고도 부끄러운듯한 보사의 공기에 감싸안겨 온 몸이 따듯하게 덥혀진다. 그리고 난 그게 그리 좋드라. 새 앨범 꼭 내 주세요.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괜찮아요 -24 ---- 블로그에 쓸 말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자 별일 아닌 '기억나지 않는 일'들이 되었다. 일상이란 참 이렇게 먼지처럼 잊혀지는 것들로 쌓여있구나. 그 먼지들이 이토록 사랑스럽다니. ----- 생각해보니 'Lady' 혹은 'You & Me'같은 제목을 가진 노래들은 흔하지만, 거의 좋다. 누구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노래할땐 자신이 가진 가장 따뜻한 마음과 달콤한 멜로디를 전하고 싶겠지. 한때 비둘기 좀 뜯으셨던 앨리스 쿠퍼도 그토록 달짝지근한 'You & Me'를 만드셨으니. ----------- 대세에 발맞추어 2030 여자 드라마라는 파스타 시청 중입니다. 하악. 쉪- 현실에서 만난다면 아주 좋아하거나, 아주 싫어할테지만 드라마니까. 그런데 전 서유경 역을 맡은 공효진쪽이 더 예쁘더군요. 어쩜 ..
그러니까 진짜 새해균효. 설연휴라 간질간질하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려다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대신 전, 이 유니크 하고도 섹시하고 또 멋있는 무비를 남깁니다. 이 무비처럼 이 세상에 숨어있는 모든 고수님들. 다 알아요. 사실 당신들은 남들 몰래 하늘도 날 수 있고 쿵푸도 할 수 있으며 그림과 음악과 사진과 사랑과 글과 화합과 요리와 말싸움과 등등등... 하나씩의 초특급 재주를 아직 찾아내지 못하셨거나 숨기고 있다는 것을요. 올 한해는 그 능력들 맘껏 펼쳐 보이시기를. 또한 자신에게 솔직해지길.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kaira 7192000* 올리는 무비는 2001년 9월 6일 MTV Video Music 시상식에서 무려 9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올해 최우수 작품상'과 '올해 최고 감독상'을 포함 6개 부문을 석권..
센티멘탈 무드에 가장 잘 어울리는 그 목소리, 그녀 J (타이틀은 아니지만, '제이' 그 자체를 보여주는 곡인 것 같아 선곡해 봤습니다. 정말로 참- 좋군요. 그녀 목소리.) 나의 뮤즈. J가 새 앨범을 발표했다. '어쩜 사람이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거야'. 옷소매에 코 닦던 시절에도 티비에서 흘러나오던 그 목소리에 넋이 나가, 감히 따라 부르지도 못했던 그녀의 노래. 사랑을 오천만번 실패하면 이런 목소리가 나올까? 짝사랑으로 금자탑을 쌓으면 이런 소울이 생길까? 라이벌에게 마지막 일격을 당하기 전, 던지는 사자후처럼 정신이 아찔 해지는 스모키한 목소리. 그 동안 드문드문 '다른사람의 앨범' 에서 혹은 스페셜 앨범에서나 들을 수 있던 그 눈물과 안개 자욱한 음성. 제대로 들을 수 있게 되어, 그리고 그 신곡들이 마음이 휘적휘적, 크림 스프처럼 풍부하게 녹..
절대 스위트백하지 않은 Sweetback :부제-여신의 귀환: 한 때 세상에서 제일 축축하며 아무 기류 없는 사람들도 '스위치 온' 되게 만든다는 늪지대 같은 음악을 찾아 듣곤 했다. 그 늪에 채워졌던 곡들 리스트를 모두 공개 할 수는 없지만, 그룹 샤데이의 새 앨범 발매 기념으로 그 중 하나 부러지지 않게 탱탱하며 쫀득한 곡. 오늘 바치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샤데이를 솔로 뮤지션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샤데이는 4인조 그룹이며 늘 앨범 자켓에 나오는 그 여인은 '샤데이 아두'라는 팀의 얼굴 마담이자 팀을 이끌어 나가는 존재이다. 그리고 샤데이의 뒤에서 음악을 뚱땅 거리던 이름 한 번 제대로 알리지 못한, 남은 세 남자가 모여 만든 그룹 Sweetback은, 처절하게 달콤하고 몽롱한 곡들을 능수능란하게 감아 올리는 그룹이지만, 'Sade Adu'없는 초콜렛 사운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