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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다고 비웃어도 좋아요-11- 1. 병원에 와 보니 내가 늘 겪고 살던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화장실에 가는 그런 아주 쉬운 일들을 하지 못해 괴로워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모든 것을 의지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리고 강한 힘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시간들이다. 2. 동생이 다친 후 한 번도 울지 않았지만, 의식을 잃은 동생이 날 못알아 볼땐 왈칵 울음이 쏟아져 나와 병원뒤 공터에서 엉엉 울었다. 병실로 돌아온 나에게 간호사언니는 "보호자가 쓰러지면 안돼요, 보호자가 포기하면 환자는 갈곳이 없어요"라며 가만히 내 등을 쓸어주었다. 3. 병실안에 모든 사람들은 깊은 유대를 가지게 된다.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고, 빨리 나으라며 쓰다듬어 주기도 ..
가슴이 쿵쿵. 동생이 아파요.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 온 많은 감정과 슬럼프등 그런 모든 감정들이. 평범하다는 것이. 그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 뼈 하나하나에 점점이 새겨지는 느낌입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보면. 무서워서, 가슴이 아파서 보지못한다는 신파가 두려운 사람들이 있죠. 저도 신파가 두려운 사람이었죠. 지금 그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휩쓸려 들어가보니. 온 몸이 무너질 것 같은 감정이 뭔지. 아픔이 뭔지, 희망이 뭔지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동생은 지금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게 언제까지인지, 계속 될것인지. 시간이 지나가야 알겠지요. 하지만 불안하면서도 희망적인 이 감정사이에서 희망만잡고 가려고 해요. 저는 지금 곧 와야할, 평범한 일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금 힘들겠지만 앞으로..
사실, 난 아직 10년은 더 전에 친했던 동생과 홍대 술집에서 우연히 재회했다. 이튿날 그녀를 만나 동생이 산다는 집에 잠시 들렸다. 짤막한 인사와 함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어떻게 살았나 얘기하다가 우리 사이에 깊은 우물을 발견하였다. 나도 그녀도 절대 알 수 없을 서로의 시간은 발 담글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넓어 '옛날에 그랬지?'라고 주위를 맴돌기만 하다 겨우 인사한다. "언니는 어른이 되었구나" "아냐, 난 정말 어른은 되기 싫어" "언니 옷 입은 것도, 말투도 전부 변했네...언니 안같다. 어른 맞네, 어른." "내가.......어른인가?" 그녀의 컬리수 머리를 몇번 쓰다듬어 주고 그 집을 나서는데, 하이힐 때문에 발목이 휙 꺾인다. 달 없이 밤은 깜깜하기만 하다. -kaira 7192000 *요즘은 자꾸 눈물만..
다녀왔습니다. 날이 훤하게 밝아오는데도 사람들의 행렬이 끓어지지 않아서 고마웠습니다. 눈물 범벅된 사람들과 함께 흰 국화 한송이를 들고. 그 분께서 가시는 길 행여 외롭지 않을까 슬퍼하며 깊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향 냄새를 맡으며. 진심으로 그 아름다우셨던 분께서 제발 좋은 곳으로 가시기만을 간절하게 바랬습니다. 얼마나 외로우셨을런지. 얼마나 비통하셨을런지. 많은 것에 무심했던 저는 이렇게 나마 당신께 체면치례를 하며 웁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kaira 7192000
상처 입었다. 10년 넘게 써오고 있었던 내 아이디. Kaira 7192000을 누군가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전에 사용하고 있었던 Sweet kaira라는 이름이 그 블로그의 이름이었다. kaira라는 이름은 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만의 시그니처와도 같았던 7192000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빠졌다. 글로 봐서는 나와 전혀 공통점이 없는 것같아 보이는 분이 어떻게 이 아이디를 쓰게 되었나 궁금해서 쪽지를 보냈다. 정말 유치한 짓이라는거 다 알면서도 쪽지를 보내는 모습이 부끄럽고, 그러면서도 정말 궁금하고. 만약 내 아이디를 전세냈냐며 버럭하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정말정말 이상하게 매우 불쾌하다. 몇 달전부터 홍대와 여의도에 보인다는 내 도플갱..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좋아요-10- 1) 여동생을 데리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딴에는 추천한 곳도 많았고 처음 가 본 곳도 많았다.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잠깐 잊고 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가던길만 가고 보던것만 보고 먹던 것만 먹다보니. '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것'은 단어로만 존재한다. 반성하자. 1-1)동생과 함께 바우터하멜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동생은 바우터 하멜이 누구냐며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뮤직비디오 영상 두개를 보여주었더니 동행을 약속했다. 훈남의 힘이란!) 공연 막바지에 그와 손 한 번 잡아보려 무대 앞으로 몰려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맥아리를 못추리고 나왔는데 오늘, 회사에 출근하자 콘서트에서 다른 자리에 앉아있던 분이 내가 무대 앞으로 제일 먼저 튀어 나갔다고 얘기 해 줬다. 억울해요! 난 그저 ..
시시하다고 비웃어도 좋아요-9- 1> 파묻히는 기분이 극에 극을 달려서 이번 금요일엔 드디어 머리를 잘랐다. 워밍업하는 기분으로 조금 잘랐을 뿐인데도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조금의 변화로도 좀 나아지는 기분이라니, 지조가 없군. 아니, 사실은 그렇게 물고 늘어질 기분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네. 언제까지 이럴지는 모르겠지만. 2>사랑스러운 친구 진진이 사는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 놀러가(여름 한철 반짝 하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가방을 (그것도 정품을!) 3만원에 겟 했다. 누가 들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 하겠지만 그 벼룩시장에선 그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역시 남자는 자동차. 여자는 가방이라 말하던 그 우스갯 소리가 반 이상 맞는 소리란 말인가......아, 조금 부끄러워진다. 2-1>벼룩시장을 무척 좋아한다. ..
Wouter Hamel, 물 건너온 밝음의 러브레터. Don't Ask / Wouter Hamel ''2008'년 제일 많이 들은 음반 세장은?' 이라는 질문을 받았을때, 폼 재면서 이것이요, 저것이요 할만한 재능따윈 없어서. "바우터 하멜 이요" 라고 대답했다. 어렵지 않아 좋았고. 폼 잡지 않아서 좋았다. 음악을 처음 듣는 그 누구라도 그냥 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말 그대로 그냥 쉬운 음악, 이지리스닝했다. '재즈다' '팝이다' 묶지 않아도 충분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가 오랫동안 치열했을지 몰라도 음악으로 보이는 그는 여유로워서 좋았고,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너무 음악이 좋아서 '나 이것도 저것도 해봐도 될까?'하고 묻는 남동생처럼 이것저것 손에 쥐고 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음악이 가진 아주 많은 힘중에 하나가 '밝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