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흔들흔들

(179)
여름날 2008.07.31 06:47 그리운 것들이 참 많았는데, 아무것도 풀리지 않은 매듭만 자리에 남겨놓고 다시 서울. 짧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니 많은 것들이 나를 기다린다. 시간 참 빠르다. 그래도 돌아오니 마음이 편한걸보니 지금까지 인생의 3분의 1뿐만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이 서울에서 함께 해야할 것 같다. 그런데 참 그립다. 뭔지도 모르겠는데. 참 슬프고 그립다. 그래봤자 주인이 오지 않는다고 바닥에 오줌을 지려놓은 내 고양이 요루의 말 못한 그리움만 할까. 다시, 이렇게 여름날이다. *kaira 7192000
붉다. 2008.04.27 06:12 일을 마치고 돌아와 씻는데 코피가 주륵 흐른다. 어..어...어? 하고 멍하게 뚝뚝 흐르는 피를 보고만 있다가, 놀라서 코를 쓱 훔쳐본다. 언제 이렇게 붉은 피를 봤던가. 내 몸속에는 이렇게 짙고 붉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언제 느껴 봤던가. 놀랍다는 감정보다도 신기하다는 감정이 앞선다. 미지근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뜨뜻 미지근 하게, 살아갈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내 몸 속에 흐르는 아직 이토록 붉은 마음들. -kaira 7192000
엄마, 엄마는 내게 2008.04.27 06:01 며칠 전 엄마생일엔 꽤 비싸다는 화장품 세트를 선물했다. 엄마는 좋아하면서도 '해준게 없다'라면서 미안해 했다. 그런 엄마가 귀엽고 또 미안해서 '엄만 이뻐서 뭘 발라도 이뻐. 근데 왜 딸은 이리 못났나?' 하고 웃었더니 화를 내신다. '내 딸이 뭐가 못났는데! 키 크지...얼굴도 그만하면 됐지' 하하하 웃어놓고는 엄마도 이쁘단 말은 못하겠지?' 했더니 조용한 숨 뒤에 '이쁘다 이뻐 그딴거 물어보지마!' 하신다. 행간이 있고,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이 있다. 그 숨안에 하려던 모든 말들이 담겨있다. 엄마, 엄마는 내게 달콤한 사람이 아니라지만, 그 숨소리로 나는 그 때 그 마음 다 알것 같아요. -kaira 7192000
추억을 추억하기. 2007.08.30 00:29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산다고 해서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내가 소유한 시간에 온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 이미 내 안에 같이 산다. 가끔 떠오르면 소중한 것들이 내 안에 아직 가득하구나. 그렇게 흐르는 것들을 향해 감사하자. -kaira 7192000
천천히 바라봐라. 2007.08.23 05:41 지금 모두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은. 천천히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들이다. -kaira 7192000
모두 상처입고 살겠지. 2007.07.13 06:10 아픔은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 하지만 그 말은 자주 가슴으로 와닿지 않는다. 상처는 그냥 견뎌내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모른 척 하는 요령이 느는거다 그렇게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심장은 상처를 입고 아문다 하지만 상처가 있으면 그 위에 또 상처 입혀지고 너덜너덜 해지는 것뿐. 상처위에 상처로 인해 무뎌지는 것뿐. 새 상처로 인하여 다시 가슴 추스리느라 바빠서 예전에 입었던 상처들은 곪아 터지기 전엔. 그저 모르는 척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상처는 아프다. 옛 상처든, 지금의 상처든. 일부러 준 상처든, 의도하지 않았던 선의의 상처든. 모든 상처는 아프다. 얇게 베인 것인지, 깊게 찔린 것인지는 시간이 말해 줄테지만. 그래도 다 아프다. -k..
더욱 넓고 큰, 메우지 못할 틈. 이 같은 밤엔, 사람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랑이 필요하지도 않다. 단지, 이 밤이 지나도 그리울 것이 필요하다. kaira 7192000
샛 푸른 밤 2007.06.25 05:28 시간이 흐르는 것을 두고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흐르는 것을 아무 생각과 사심없이 그냥 두고 볼 수 있는지. -kaira 71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