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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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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같은 길을 향해 걷는다.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 슈나에게 네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이 뭐냐 물어봤다. 슈나는 디테일이 뭔가 다른것이며, 감정이 들어가있는것이고,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 자신을 이끈다 하였다. 생각해보니 내게 '좋다' 명하던 것들은 언제나 뭔가 다른 이야기, '울림'이 존재했고 그 진동의 폭, 언제나 같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늘 감정을 동하게 했다. 개개인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해도 방식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사진, 그림, 음악, 글, 영화, 춤... 그리고 열거 할 수도 없는 세상의 모든 문화는 같은 길을 향해 걷고 있다. -kaira 7192000* ** 집에 오는길. 너무 추워서 스카프 살뻔함. 겨울이 사기치나, 봄이 외롭나, 왜 이리 춥나.
아, 벌써 실망이다. 음악은 비장하게, 마음은 담대하게, 의상은 화려하게. 무엇도 기대말고 얼마나 실망할지. 두 눈뜨고 지켜보도록 하자. 각각의 구호랑 풍선도 준비해 놓았는데, 심지어 오천만년만에 코스프레 의상도 준비해 놓았는데. 실망 안시켜 주면 진짜 실망할테다. -kaira 7192000*
덤덤한 하루들. 토요일. 먼길 돌아 또 다시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친구. 다 먹어놓고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카메라를 들이대자 정확하게 얼굴을 가린다. 누가 니 전공 아니랄까봐. 늘 술 많이 사주고 먹을거 챙겨줘서 고맙다. 금요일, 그림그리고 책도 내신 재선씨의 작업실. 두번째 방문이라 찬찬히 아이들의 얼굴들을 살폈다. 그중 가장 내 마음을 끌었던 맑은 눈을 가진 소녀. 오늘 손님, 가는 사람 감시하고 있는 외눈깨비 풍선. 가장 비싼 아이중 하나라는 60년대 빈티지 스누피와 찰리브라운. 참 소박하고 곱구나. 웃을때 찰리브라운을 닮았고, 옆모습은 스누피를 닮은 내 동생이 보고싶어 졌다. 그 안에 소담하게 쌓인 연륜있는 인형들. 예쁜 얼굴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 각자의 사연 있는 아이들. 오늘, 홍대 제네럴 닥터. 처음 방..
붉다. 누구에게나 붉은 립스틱에 대한 기억은 존재한다. 동네마다 붉은 입술을 가진 아주머니가 존재했고 색을 알아볼 수 없는 흑백영화에서도 '저 여자의 입술은 붉을 것이다' 어림짐작되는 여성이 존재했다. 붉은 입술을 가진 여자는 팜므파탈 같았다. 당당하고 음흉하며 치명적이었던 그녀들은 내게 언제나 동경과 금기의 대상이었다. 내가 열 일곱살때 처음 산 색조 화장품은 붉은 립스틱이었고. 아주 가끔, 가족이 깊은 잠에 빠진 틈을 타 비투르게 발라보고 거울에 입술을 삐죽이며 확인하고는 지우기가 아까워 노트에 내 입술자국을 내보곤 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붉은 입술이 어울리는 그런 여자가 되고 싶다고 웅얼거렸다. 하지만 스무살이 넘어서도 한번도 떳떳하게 붉은 립스틱을 바르거나 새빨간 입술을 가진채 거리를 활보하지 못했고..
노래의 날개위에 흔하고 식상하고 재미없는 단어와 말들의 조합만 마음에 남을때는 노래를 부르자. 그 마음 표현할 수 없는 날이 와도, 그래도 노래를 부르자. -kaira 7192000*
새 친구가 생겼습니다. "디카 추천 좀 해줘. 색감은 옛날 니콘같이 아스라하고 손떨림만 없으면 돼." "내꺼 사라. 거의 새거야" 얼마 전 유부남의 리본을 자른 좋은 친구에게서 카메라를 넘겨받았습니다. (유부남이 되니 좋냐? 나쁜놈) "많이 찍어, 많이 찍는게 최고야. 많은 순간을 누리면서 자주 찍어주면 좋은 사진은 나오기 마련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말라 손을 저었습니다. 저는 물질적인 여자입니다. 애정과 금전을 들였다면 그 정도의 즐거움을 누려야한다 생각합니다. 기타를 샀다면 기타를 쳐야하고 MP3이 생겼다면 MP3을 채우고 음악을 즐겨야하며 옷을 샀다면 물릴 정도로 입어야하는 여자입니다. 그런 제게 카메라가 생겼습니다. 아, 정말 클래식하게 잘 생겼습니다. 아빠 옷장에서 맡았던 스킨 냄새나는 카메라. 보자마자 온 몸을 ..
든 자리, 난 자리. 여동생이 제주도로 마실간 사이 나는 오랜만에 온 혼자라는 시간에 황폐해져 밥도 잘 안먹고 있고 청소도 잘 안하고 있고 기타나 몇번 뚱땅거리다 밖에 나가 커피만 마셨을뿐인데 목감기에 걸려 목에 수건을 두른채 동생이 못먹는 꽁치를 넣은 김치찌개를 끓이며 자유롭지 않은 자유를 누리는 중이다. 그 놈의 난 자리. 그리고 든 자리. 그거 다 별거다. 모두 다 별거다. -kaira 7192000* 아.. 제주도 가고싶다. 해변에 볼을 대고 눕고 싶다. 서늘한 바다냄새맡으며 자판기 커피 홀짝이고 싶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르는 땅끝을 보고싶다. 갑자기 무슨 연유인지 마음에 헛헛한 바람이 들어 토이 노래들을 주욱 이어 들으며 목에 수건 감은채 열창중. 가사집따위 필요없어. 눈 감아도 머리속에 좌악 펼쳐진다. 노래에 얼..
앓다. 봄이 오면서 끝이 나는 겨울 속으로 숨어버리는 사람들과 너무 이른 봄으로 뛰어들어가는 사람들 속에 서있다. 어떤 선택도 후회스러울듯 하여 머뭇머뭇 발끝만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직 남은 겨울 냄새가 난다. 이제 한해가 지나고 시작되고 또 한해가 지나고 시작되어. 지나고 지나고 지나면. 지난 봄과 남은 봄 동안, 더 깊게 그 날들을 그리워 하겠지. 이제 몇 번의 겨울 소리가 지나고 나서야 여름보다 짧은 봄이 시작되는걸까. 하지만 저 만치서 겨울을 돌아 찾아 오는 봄의 기척들이. -kaira 7192000* 마른 잎사귀를 밟을때 망고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 나의 학교와 시인 Estacao를 생각한다. 몇 번째인지 모른다. 가난한 동네 언덕을 노래부르며 올라갔는지. 햇빛을 항상 태우며 이렇게 나는 지쳐간다.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