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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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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좋아! 뭔가 잔뜩 써놓았다가 모든 것이 수줍어져서 지워버렸습니다. 그래요. 이런날도, 저런날도 있는거겠죠? (그렇다고 말해줘요!) -kaira 7192000 덴키그루브의 이 무비는 열일곱무렵 보고 깜짝놀라서 '어머 어쩜 야하다'하고 내뱉었던 무비였습니다. 아니, 그냥 그랬다구요. 전설의 코나미사단 걸그룹 비포유. 슬프게도 이미 해체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상은 그대들 인생에 평생 남을것이어요! 그나저나 저 수줍은 란제리에 어울리지 않는 묘하게 격렬한 몸동작은 모다?
마음 물, 찰랑찰랑 시집 두 권을 사고 돌아와 부엌 의자에 앉아 천천히 읽어본다. 예전엔 공들여 만든 책일테니, 한땀 한땀 수놓아진 글이라고 그 의미를 오랜 시간 생각해 보려 노력했고 몇 페이지 못 읽고 손을 놓기 일쑤였다. 그 누가 말했던가. 시는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거라고. 또 누가 말했던가. 몇 페이지 읽는 동안 그 책이 읽히지 않는다해도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고, 꾸며보려 하지 않고 그냥 읽다보면 가슴 속에 물처럼 흐르는 시 있겠지. 글 있겠지. 편히 읽는 시들은 다 마치 노래같다. 어려운 노래도 있고 쉬운 노래도 있고 건너 뛰고 싶은 노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글도 노래도 누군가의 문, 계속 두드리고 있다는 것. 문 활짝 열어 빛을 쐬고 싶다. 그 문 사이로, 아름다운 노래 하나. ..
가슴이 뛴다. 어제 밤, 새벽까지의 수다와 음주로 인해 지친 몸 덕분에 낮 3시경에야 느즈막하게 일어났다. 일어나 급히 처리해야 할 일도 없고 다행히 배도 고프지 않아 티비를 켜고 빈둥거리며 한 시간 남짓을 누워있다가 끙 소리 내며 일어나 슬슬 청소를 하며 친구를 기다린다. 현관에 내어놓은 구두와 구두에 다닥다닥한 내 허영이 보기 싫어 보일러 실로 넣어놓는데 친구 전화가 온다. 집 앞 기사식당에서 잘 구워진 생선구이를 먹으며 잡다한 얘기들을 한다. 편의점 앞에서 15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아직 아쉬운 남은 수다를 널어놓는다. 집으로 돌아오니 남은 청소거리들이 많구나. 책상을 보니, 어제 오랜만에 산 활자로 된 책이 보인다. 키스자렛의 고운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책 냄새를 맡았다. 책냄새를 맡으니 마음속에 바람이가득찬..
사람만이 알고있다. 블로그에 무슨 글을 써야하나 고민하며 새벽 라디오를 듣다가, 오늘따라 거슬리는 어투를 내 뱉는 게스트가 거슬려 라디오플레이어를 끄고 오랜만에 우클렐레 연주를 들었다. 생각 하느라 바빠 컴퓨터 앞에서 비비적대는 내가 미워서, 그래도 그리워서. 고양이들은 한 놈씩 모니터 앞에 앉아 조는 척 하느라 바쁘다. 예뻐해주는 것도 바라지 않고, 단지 시선이 닿는 곳에 있으려고 밀어도 밀어도 다시 모니터 앞에 앉는다. 그 모습 갸륵하고 하나 잘난데 없는 내가 너에게 뭐 그리 큰 의미일까 싶어 애틋함에 콧등이 시큰하다. 생각해보면 사람 아닌 것들은 단 한 순간도 우리를 해치려 하지 않고 사랑해주었다. 배 고프면 먹되 쌓아두려 노력하지 않았고, 때가 되면 피되 그 아름다움 자랑하지 않았다. 순리대로 움직이되 악의를 가지고..
자학의 방문. 저사양 PC에 고사양 메모리를 끼웠더니 컴퓨터 메인보드가 나갔다. 내 딴엔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무대포로 밀고 나갔더니 그나마 잘 되던 PC가 견디지 못하고 고장났다. 원래 다 제 생김이 있는데, 무리하고 힘 주면 고장난다는 것을 왜 또 잊은걸까. 뭔가 모를 것들이 꽉꽉 가슴을 막아 하루종일 견딜 수 없어 해낸 일이 컴퓨터 고장이라니 한심해 죽겠다. 맥주 한 캔 따며 생각했다. 다 욕심때문이라고. 욕심 부리면 안된다. 그런 교훈을 얘기하고 싶은것이 아니다. 단지 다 내 탓때문이라 생각하니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다 바보처럼 느껴지는 자책의 밤이다. 하나의 조그만 사건이 지금까지 쌓여있던 것을 모두 터트려 도미노처럼 무너질 때가 있다. 난 지금 무슨 일때문인지도 모를 답답하고 성난 가슴때문에 컴퓨..
절절. 별. 꽃. 밤 별, 꽃 별, 별 처럼 뜬 꽃, 꽃 처럼 뜬 별.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처럼 어울리는가, 예쁜가, 애처러운가. -kaira 7192000
그래도 잊기전에, 봄이여 다시 한 번. 요 한달 간 '봄이여 오라' 주문을 외다, 지쳐 나가 떨어질 때. 그즈음. 좀 더 설익고, 아직은 시큼한. 순수하고 수줍은. 아직 단발머리에 키티핀 꼽은 여학생같은, 뭐든 덜한 봄이 하얗고 매끈한 몸 보여줄 것 같더니. 살풋한 봄이 아닌, 벌써 익어버린 여름이 눈앞에 콱 하고 나타나니, 소화불량 일으킬것 같은 심정이 된다. 여름이 한 발 앞으로 나설때마다 겨울 내내 움츠리고 있었던 몸. 그리고 황폐해져 너덜너덜해 있던 마음이 비루하고, 촌스러워져서 자꾸 가슴을 여미게 된다. 여름빛 아래 쪼그라드는 내 마음이 한없이 작아 자꾸 울고 싶어진다. 그 겨울 나는 계속 찾아 헤매었고 어떻게든 커보이려 마음에 까치발을 했고, 계속 시도했고, 계속 포기했다. 아직 수습하지 못한 누더기들을 주섬주섬 챙길 봄 없이 찾아..
잊은게 아니에요, 단지 멀리 가려 했을뿐... 좋아하는 만화엔 이런 말이 나온다. '멀리 떠나올수록, 더 멀리 가고 싶어진다.' 이리 오래 가려 했던것은 아니었는데, 왜 이리 더디고 지친 걸음으로 감정, 데문데문 떨어져 이 글을 쓰고 있는지. 멀리 가려 했지만, 결국 돌아오고 말았다. 마음 한 구석에 이 조그만 '남은 집'에 대한 그리움은 제 발 저려 가지 못할바엔, 다시 긴 글을 적어보라 말한다. -kaira 7192000* *초절정 폼나는 척 했지만, 사실 긴 글은 호흡을 정리해서 진득하게 쓰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반성합니다. 읽어주는 사람 없더라도, 다시 가열차지는 않아도. 조심스럽게 한줄 한줄 올려볼께요. 사죄의 뜻으로 무릎 꿇고 앉아 이반린스의 곡 바칩니다. 마음을 찰랑이게 만드는 린스, 이반린스. 마음에 좋은 보약같은 곡입니다. 사실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