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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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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컴필레이션 이번 여름엔 사랑하는 분들을 위해 섬머 버케이션 CD나 만들어볼까 생각중이다. 어디에서 틀어도 '여름같구나' 확 느껴지는 음반. 1. 라운지 & 삼바 & 기타등등 2. 슬로우잼 & 훵크 등등 여름은 역시 좀 끈닥-하니 느물느물한 블랙뮤직과 바람같은 보사, 삼바. 잘 모르는 나라에서 산 옛날 LP에서 캐낸듯한 처덕처덕한 노래들이 최고지. 예를들어 이런 것. (실제로 매우 좋아하는 곡이지만) 여름. 단어도 최고구나. 내일 후회할 말이긴 하지만. 더워도 역시 여름이 좋아. -kaira7192000*
Lea- Toto Here's to the few Who fared my love Only for you I cared my love 내 사랑으로 살아온 몇몇 사람들의 행운을 빕니다. 난 오직 당신에게만 관심이 있었어요. I've given it hope and I know it's only you Encased in silence 난 희망을 품어왔죠. 말없이 감싸주는건 오직 당신 뿐이란걸 알아요. Here's to the you who saved my love Only to you I gave my love 내 사랑을 지켜준 당신을 위하여.. 내 사랑을 당신께만 드렸지요. I've given it thought and it's not all that appears 생각해보니,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Lea,..
2년전, 이 계절에도, 맥주를 마셨다. [설야. 너 많이 변했다. 니가 변한거야, 세상이 변하게 한거야?] [둘 다. 둥글둥글 해졌어?] [응. 좋아?] [좋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흉해?] [뭐. 그냥 세상 그런거라는 생각이 드네.] [그래도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향으로 멋져질거야.] [미친년. 나중에 일본에나 놀러와.재워줄께.] [일본 좋아?] [그냥 다 한적해.] [아미야, 넌 여전히 멋지다.] [너도 그래.] -kaira 7192000* 드럽게,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줄도 모른다더니, 딱 내 꼴이 아닌가. 여행의 먼지 고단하게 쌓여있는 저 스니커즈는 아까워 한번도 빨아신지 못했건만. 방사능에 둘러쌓인 오늘의 도쿄는, 그 비장한 도시 햇살은. 여전히 반짝거리겠지. 애처로워 더 예쁘겠지.
즐거운 나날입니다. 새벽이랍시고 몇자 도드닥 거렸더니 감상에 절여진 맛 없는 장아찌 꼴이라 영 못 봐주겠어서 그 글은 올리지 않겠지만. ------------------------------------------------------- 여전히 무참할 정도로 게으르고 또한 뭉개진 생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또한, 사람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정도로 매우 낙관적이면서도 비관적인 넋나간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을 곰곰히 살펴보며 걱정중이기도 합니다. ------------------------------------------------------------- 그동안 손을 대면 무슨 말이 되어 나올지 모를 감정들을 정리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결국 말도 글도 되지 않은 그냥 '과거'가 되..
외할머니. 외할머니는 라면을 '삶아먹는다'라 표현하셨다. 비빔면 하나 삶아먹은 밤. 참외를 된장에 푹 찍어 밥 반찬으로 올려주셨던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배가 고파질 땐 할머니를 기다렸다. 농사일을 마치고 오신 할머니는 집앞 아주 작은 텃밭에서 상추 몇개 탈탈 털어다가 밥상에 올리곤 하셨다. 낡은 스뎅 밥그릇과 급하게 만든 된장국으로 만든 단촐한 상차림. 할머니는 늘 없는 찬거리로도 맛있는 밥을 만드는 법을 알고 계셨다. 먹다 남은 수박의 흰부분과 참외, 노란색 흐드러진 유채꽃 밑둥도 할머니의 손에선 맛있는 밥상이 되었다. 아주 가끔 엄마는 할머니 얘길 하신다. 죄송하다고. 묘소에 다녀오고 싶으시다고. 어깨 처진 사위와 아직 어린 넷째 딸. 그리고 밑에 딸린 두 손녀의 새같은 눈망울을 보며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셨..
이번 주말 며칠동안 술에 위와 간이 축축하게 절여져 당장 쓰러져도 별 이상이 없겠다 느껴지는 밤. 묵직한 몸과 마음의 무게를 느끼며 새로 받은 책 세권을 뒤적뒤적하고, 가슴께를 슥슥 원을 그리며 문지르다 좋아하는 만화책의 글귀를 떠올렸다. 이번 주말, 약속과 우연과 인연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공연들을 보고 좋은 책들을 읽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애써 무시했고, 싫어하는 것들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거칠 것 없이 쓸쓸했고, 영롱하고 행복한 주말이었다. -kaira7192000*
허영만세 며칠째 안 읽히는 책과 씨름하며 내 문제는 무식함과 아울러 알려하지 않는 노력이다. 혼자 서러워 하고 고민하다가 또 다른 책을 집어들어 아이가 젖을 빨듯 쭉쭉 흡수해나갔다. 그리고 게으름의 잘못이 아니라, 내 단단해진 취향의 문제가 귀찮음에게까지 병을 옮긴 것을 발견하고 심각해했다. 그것도 잠시 가장 싼 온라인 서점에서 있는척하기 좋은 책을 두 권 구매했다. 혼자 지식인인척 만취하며 속으로 자만하겠지. 하여 훌륭한 사람과는 좀 더 멀어지는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꿈은 훌륭한 사람이 아니었거늘. -kaira 7192000
웃는다, 웃어야 하기에-심보선 Elis Regina - O Bêbado e a Equilibrista (술 취한 사람은 곡예사) 웃는다, 웃어야 하기에 심보선 1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래 이 집안에 더 이상 거창한 이야기는 없다 다만 푸른 형광등 아래 엄마의 초급영어가 하루하루 늘어갈 뿐 엄마가 내게 묻는다, 네이션이 무슨 뜻이니? 민족이요, 아버지가 무척 좋아하던 단어였죠 그렇구나 또 뭐든 물어보세요 톰 앤드 제리는 고양이와 쥐란 뜻이니? 으하하, 엄마는 나이가 드실수록 농담이 느네요 나는 해석자이다 크게 웃는 장남이다 비극적인 일이 다시 일어난다 해도 어디에도 구원은 없다 해도 나는 정확히 해석하고 마지막에는 반드시 큰 소리로 웃어야 한다 장남으로서, 오직 장남으로서 애절함인지 애통함인지 애틋함인지 모를 이 집안에 만연한 모호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