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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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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세계 / 김행숙 다정함의 세계 -김행숙- 이곳에서 발이 녹는다 무릎이 없어지고,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다 괜찮아요, 작은 목소리는 더 작은 목소리가 되어 우리는 함께 희미해진다 고마워요, 그 둥근 입술과 함께 작별 인사를 위해 무늬를 만들었던 몇 가지의 손짓과 안녕, 하고 말하는 순간부터 투명해지는 한쪽 귀와 수평선처럼 누워있는 세계에서 검은 돌고래와 솟구쳐 오를 때 무릎이 반짝일 때 우리는 양팔을 벌리고 한없이 다가선다 ------------------------------------------ 홍대에 그토록 바라던. 주저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서점이 생겼다는 말에 선물 받은 도서상품권을 들고 터덜터덜 걸어갔다. 서점엔 특유의 책 냄새가, 사람들의 체취와 섞여 기묘한 향내가 났다. 그 사이에 비집고 ..
2011년 11월 7일. 따뜻한 비 / Tomita Lab (feat. MAMALAID RAG) 먼 기억이 녹아서 흔들리는 이런 날에는 너를 생각해 바람 향기나는 이 계절에. 혼자 변덕스런 하늘을 올려다 보다 눈물 흘렸어. 따뜻한 비가 내리고 있어. 그때 처럼. 잊을수 없는 꿈을 꾼다면 분명히 조용하게 계속 너를 기다릴꺼야. 언제까지라도. 날 좋아한다고 니가 웃었어. 그런 날들을 나는 믿었었지. 즐거워 보이던 그 눈동자. 지금은 어디에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는 하늘의 아래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걸까? 따뜻한 비가 나를 감싸고 있어. 그리운 향기.. 이대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따뜻한 바람에 실려서 하늘로 날아간다면.. 잊을수 없는 꿈을 꾸겠지.. 분명히 그리고 계속 너를 기다릴꺼야. 시간을 넘어. 언제까지라도. 사실대로 말..
아무 말 말아요 Paolo Vallesi - La Forza della vita (내 인생의 힘) 그토록 푸른 시간이 눈 앞을 지나가고 있구나. 조용히, 천천히. 눈 앞에 다가온 커튼이 내려질때까지. 그때 굳세게 안녕하고 잔뜩 앓아야지. 그리고 다시 환하게 웃어야지. 아, 하지만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데. -kaira 7192000*
사랑의 종결부(아이노 코다) / Kirinji 사랑의 종결부 Kirinji 비 때문에 흐리게 보이는 비행장은 모노크롬 우산을 버리고 코트를 벗어 은의 날개가 윙윙 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하면 창문을 타고 내리는 사랑의 물방울을 흩날렸어 너의 고독、그 깨끗함에 마음을 빼앗겨 격하게 원했던 기억 봄의 초저녁, 빛의 여름, 끊겨버린 필름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궁궐에서 고요함에 싸이고 있어 보기 흉하게 윤곽만 그린 그림 같은 그 길도 꽃잎에 물들어 가겠지 지금은 그저 봄을 통과시킬 뿐이야 땅의 끝에서 타들어 가는 햇볕 풀이 죽은 등으로 우두커니 서 있었어 뺨을 타고 내리는 땀을 닦고 걸음을 내딛으면 가슴 속 상처로부터 석양이 흘러 넘쳐 삐걱거리는 열차를 뒤쫓아 빨강에 담근 파랑이 번지는 밤이 지고 별이 흘러 넘쳤어 돌아오는 티켓을 찢을 패기도 사랑으로 살아..
고마워. 아무 말 없는 내게, 술 기운에 얘기한다고. 넌 정말 잘할거라고. 넌 멋있는 여자라고. 너를 믿는다고. 굳은 포옹과 꽉 쥔 악수. 깊은 곳에서 뭉클한 것이 만져진다. 마음이 녹는다. 네가, 내 친구라 정말 고마워. 나도 너 같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 -kaira 7192000*
생각하는 것과 인정하는 것은 다른 일. Submotion Orchestra - Suffer Not 가슴 메울 추억 하나 떠오르지 않아 불안해져 사지도 않을 쇼핑몰 페이지를 들락거렸다. 내 마음과 허영 더럽다 침 퉤 뱉으면서도 정작 그리 추한 마음 들지 않는다. 지나간 것들을 모두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지만 너는 강한것이고 착한것이고 잘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 자위하고 있지만 사실 포장지 박박 찢어 없애면 욕망덩어리의 그저 그런 내가 덩그러니 하나 남아 있다. 마음 한 구석이 낄낄 거리며 이 모두가 너 때문이다. 흔들리는 것도 사치스럽다 하며 혼자 웃고 있다. 아 그렇구나. 보통의 나라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구나. 다 인정하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나는 그저 그런 보통여자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만 했구나. 이렇게 어렵구나. 아직도 벗어야할 자만..
가을이라 그런다 핑계대고 있었다. 요즘 꾹 누르면 바로 와락 쏟아질 것만 같은 물기가 버거우면서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라 스스로를 위안한다. 황망하게 주위를 둘러봤더니, 우린 모두 외롭고 여린 영혼. 바로 코 앞으로 들이밀고 있는 현실이란 무게가 가을냄새를 무장하고 닥쳐와 모두 '가을이라 그런다'고 핑계대고 있다. 술이나 마시면서 내가 너보다 낫다. 네가 나보다 낫다. 실실 농담이나 흘리며 웃는다. 그래. 안녕, 인사하고 돌아가는 길 가슴 터질 듯 외로워 하면서도 기댈 곳 하나 없어 가로등 불빛 만큼 큰 구멍을 끌어 안고 담고 살아가는. 참 아무렇지 않지 않은 가을이구나. -kaira 7192000* -------------------------------------------------------------------------- Te ..
9월 상처같은 8월이 지나고 곪아가는 9월이 지나면 누구도 알 수 없는 10월이 온다. 늘 생일 무렵만 오면 아득한 안개속을 걷는 기분이 된다. '네 엄마가 산고가 심하셨나봐' 12년 지기 언니는 채 여물지 않은 석류같은 얼굴로 웃었다. 많은 것을 바란 것은 아닌데. 많은 것을 바란 건가봐. 시큼하고 떫은 바람이 등짝을 안는다. -kaira 7192000* 사실, 오늘 종일 흥얼 거린 노래는. 가을이니까.